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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앓던 고3 수험생 일본유학 꿈꾸게 한 '삼촌'

[모두다인재 캠페인]'루저' 없는 사회-성공의 기준을 바꾸자⑤ 동그라미재단 김영광 연구원

편집자주 :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누구나 고통스러운 입시전쟁, 스펙경쟁, 취업경쟁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이는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이른바 '루저(loser, 패자)'로 전락합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는 이토록 루저들이 넘쳐나는 걸까요. 머니투데이는 오랜 시간 해법을 고민한 끝에 우리 사회 '성공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때마침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같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뜻을 모아 '성공의 기준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강지원 변호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인터뷰를 통해 소중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동그라미재단 김영광 연구원 /사진제공=남승준
취업을 위해 대학에서 공부에 열을 올렸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고생 끝에 결국 대기업 LG 인사팀에 들어가 제법 괜찮은 연봉을 받았다. 1년 넘게 성실히 근무했지만 청년은 연봉이 이전에 훨씬 못 미치는 사회적기업으로 이직하고 말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포기'였고, 그가 생각하기에는 '선택'이었다.

"군 복무 시절, 죽을 뻔한 경험이 있어요. 물에 빠졌다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싶었죠. 인생이라는 과정 속에서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적어도 후회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갑작스런 선택은 아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동그라미재단 교육지원실 주임연구원이자 재능기부단체 '끼친' 김영광 대표(30)의 이야기다.

"저도 대기업 들어가고 싶었죠. 그래서 복수전공도 하고 ROTC(학생군사교육단)도 선택했어요. 결국 대기업에 취업돼서 괜찮은 부서에서 일하게 됐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요컨대 후회 없는 삶은 아니었던 거죠."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람을 찾고 싶었으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얻어내기는 힘들었다. 운명처럼 사회적기업 '마이크임팩트'의 신문기사를 봤고 그날 밤 8시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인가,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그로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사회적기업에서의 근무는 사회기여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현재의 동그라미재단으로 둥지를 옮겼다. 기회격차 해소라는 동그라미재단의 '목표'와 그의 목표가 일맥상통했기 때문.

"어릴 적, 집안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걸 경험했거든요.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집에 돈이 없다는 현실에 맞서야 했어요. 다른 애들은 학원이다 뭐다, 돈 들여 공부하는데 저는 공교육에 매달려야 했죠. 그때의 저 같은 사람은 세상에 정말 많잖아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고,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김 연구원은 누구에게나 잘 하는 것이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뭔가 나누고 싶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은데,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라 생각했다"며 재능기부단체 '끼친'의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끼친의 '대표'로 불리는 것에 겸연쩍어했다.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웃으며 강조했다.

"그냥 끼친의 창립자로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대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단체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저도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벌일 수 있었으니까요."

끼를 나누는 친구들인 '끼친' 회원은 2010년 개설 이후 현재 1300명까지 불어났다. 그만큼 끼를 나누고 싶어하는 현대 직장인들이 많았다. 매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은 약 100여명이다.

"입소문이 났죠.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재능을 나눌 때 희열감을 느끼거든요. 사실 자신들은 나누러 왔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현대인들은 본인 능력을 월급 받는 것에만 쓴다고 보통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끼친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능기부 활동은 전국 고등학교를 찾아가 진로상담을 해주는 '잡(JOB)수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림하이', 아이스하키 재능기부활동 '위키드' 등이다.

김영광 연구원은 개인 프로젝트로 학교로 직접 찾아가 재능기부하는 '삼촌이 간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영광 연구원


끼친이나 동그라미재단 업무 외적으로 그는 1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진행하던 끼친 활동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 기획한 '삼촌이 간다'. 주말에 보통 진행하던 끼친 재능기부활동을 보완해 개인적으로나마 직장에 연차를 내고 전국 곳곳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굉장히 보람있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증상을 가진 고3 수험생이 있었어요. 뭔가 질문하면 딴 이야기하고, 도저히 대화가 지속되지 못하던 아이였죠. 그래서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이야기를 못했죠. 뭘 좋아하는지."

끈질긴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성적도 바닥이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아이는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게 됐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던 아이는 현재 일본 유학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게임기를 없애고, 늘 누워있던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침대도 팔아버렸다. 일본에서 유학중인 한국인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조언도 구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변화였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자이자 삼촌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꿈은 굉장히 멀고 모호한 길이죠. 당장 이룰 수 있는 것은 없고, 접근조차 힘든 미래의 일이거든요. 10대들은 벌써부터 공무원을 꿈꿔요.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단 말이에요. 그런 애들에게 세상이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김 연구원은 아이들이 좁은 세상만 보게 된 것이 아이들 탓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현대사회가 정의한 '성공의 기준'은 너무나 좁디 좁다.

 

"왜 아이들의 '꿈'은 늘 '직업'으로 끝날까. 꿈은 직업보다 훨씬 넓은 개념인데요. 성공의 기준도 자신이 정의내려야 해요. 세상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10년전과 지금은 다르고 10년 후는 또 다를 것인데, 성공과 꿈, 그리고 직업을 일직선으로 본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성공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 봤다. 그가 사전을 찾아보니 '목적한 바를 이룬다'라는 의미였다. 흔히들 말하는 돈, 명예, 권력 등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을 인용해 말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랄프 에머슨이 말한 이것이 바로 저도 동의하는 성공입니다. 세상을 바꿔보는 거죠. 재능기부가 없던 문화에서 재능기부를 만들었듯이 지루하고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서요."

 

보람있는 삶을 살기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왜'라고 물어보라고 그는 권한다. 왜(Why)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왜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왜 창업가가 되고 싶은지…. 만족할 수 있는 답이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왜 성공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요'라고 답해요. 그러면 도대체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입을 다물더군요."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그의 새로운 목표다. 이를 위해 '행복 레시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요리도 레시피가 있으면 고급 레스토랑 요리사의 요리를 흉내낼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행복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면 자신도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제안하는 행복 레시피는 예를 들어 본인만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노을 지는 시간을 골라 음악을 들으면 행복감에 젖는 사람도 있으며,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행복 레시피인 사람도 있다. 각자의 행복 레시피를 찾아 최대한 많이 나누고 알리는 것이 현재 진행하는 기획 중 하나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큰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지만 작은 시도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저는 행복하고 여러분들도 행복해질 수 있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진로 전문가 28인이 밝혀낸 잘못된 진로 정보 12가지를 담은 <찾았다 진로!> 소책자를 출간하고, 학급 아이들에게 소책자를 보내는 시민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아래 링크를 열어 자세한 내용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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