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학교가 되찾아 준 '엄마의 인생'

[모두다인재 교육칼럼] 장영화의 '창고학교'

"대표님, 우리 학교 어머님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어머님들을 위한 앙트십(창업가정신) 수업을 진행해 보면 어떠세요?"

여느 창업가 못잖은 자질과 역량으로 늘 내게 자극을 주시는 윤중중학교 강진자 교감선생님의 제안이었다. 구청에서 제공하는 실비 수준의 예산과 빡빡한 업무일정으로 볼 때는 당연히 'No'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비용보다 마음이 앞서는 나는 팀원들의 원성을 뒤로 하고, 'Yes'를 건네고 말았다. 나 역시 애 키우랴, 일 하랴, 악다구니를 써가며 워킹맘의 일상을 소화하고 있는 터라 '엄마'라는 말에 끌려버렸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Yes'의 무게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꽃피는 봄과 함께 3개월에 걸친 여의도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변호사를 그만 두고 앙트십교육을 하게 된 이유부터 앙트십교육의 필요성까지 열정을 담아 전달하며 웃고, 즐기는 가운데 첫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어머님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묘했다. 대충 출석만 하면 될 줄 알고 참석했는데, 수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만만치 않아 겁이 났던 것이다. 수업시간 마다 숙제가 있고 4권의 추천도서를 읽어야 하고, 심지어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한다니. 첫 수업을 마치자마자 포기자가 생겨났고, 교감선생님께 '숙제 내지 말아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희생이라 생각했던 엄마들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사실, 앙트십 엄마수업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양질의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고 싶은 학교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벗어나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자유학기제라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정작 학교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앙트십이라는 교육콘텐츠에 엄마강사를 결합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어했다.

이탈자와 원성으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던 앙트십엄마교실은 어떻게 됐을까? 앙트십교육이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문제는 기회다'를 적용해 이탈자와 원성을 기회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엄마들이 수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이후 본인이 원하는 목표에 따라 과제의 유무와 코칭 정도를 달리하기로 했다. 앙꼬맘(앙트십 수업에서 앙트십코치를 '앙꼬'라 부른다)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엄마들에게는 철저한 과제수행을 요구하는 대신, 집중적인 코칭을 제공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자 하는 엄마들에게는 내 아이를 문제해결형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안목을 얻는 정도에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앙꼬맘으로 활동해 보고 싶었던 엄마들은 따로 스터디를 조직해 운영하면서 열정을 불태웠고, 참가에 의의를 둔 엄마들도 색다른 수업에 즐겁게 참여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제 3의 그룹이 생겨났다. 그 동안 '엄마'라는 이름에 눌려 내 인생 따위는 돌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엄마들이 창업가스토리에 자극 받아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과제를 하고, 온라인에 과정을 기록하고,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 받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엄마들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내 인생 위에 쌓여 있던 먼지가 걷히는 기분이에요."

무엇이 엄마의 인생에 쌓여 있던 먼지를 걷어내고, 엄마의 인생을 돌아보게 했을까? 70%에 달하는 대학진학률은 여성의 사회진출률도 높였지만 결혼, 출산, 육아, 교육의 장벽을 거치며 그녀들은 자신의 꿈을 마음 속에 묻은 채 가정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언어적인 선언'에 불과한 현실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의 일상에 앙트십이 틈을 벌려 놓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그 일이 세상과 만나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 보라'는 질문 앞에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앙트십수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읽어볼 기회도 없었을 책들을 읽어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했다. "맞아! 난 그림을 감상하고, 느낌을 전할 때 신났어", "그래! 이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 "역시! 나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할 때 행복해" 이렇게 앙트십엄마교실은 엄마들의 마음 속 깊이 묻혀 있던 열정과 재능을 깨워내는 역할을 했다.

3개월에 걸친 이론수업과 프로젝트 실행과정을 거쳐 2학기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게 된 앙꼬맘들은 더운 여름방학 내내 매주 모여 스터디를 진행하고,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도 매주 2~3회의 스터디를 진행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시작했던 앙트십수업은 아이들의 쾌활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윤중중 자유학기제 인기수업으로 떠올랐다. 결혼 전 방송작가로 일했던 엄마는 앙트십이야기를 온라인신문에 게재하면서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아이들의 미술관나들이를 돕던 엄마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게 되었다.

엄마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결혼으로 중단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작하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학교가 있었다. 동네마다 자리잡고 있는 학교를 엄마들부터 시작해 지역주민들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배움터로 만들어 간다면, 외로움과 빈곤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학교가 엄마의 인생을 되찾아 주었듯, 우리 모두의 인생이 되살아 날 수 있다.


<b>◆장영화 대표는…</b>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청소년기를 보낸 탓에 대학입학 후 '내 일'을 찾아 20년 이상을 헤맸다. 그 헤메임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법대에 다시 진학해 변호사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지만, 창업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교육스타트업 OEC(Open Entrepreneur Center, http://oecenter.org/)를 창업하고서야 종지부를 찍었다. '창업'은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최고의 훈련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창고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꿔낸 창업가들처럼 과감히 도전하며 실패와 좌절 속에 내 길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