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누드교과서' 개발자, '스마투스'로 성공신화 이어간다

[교육, IT를 만나다]김문수 스마투스 대표

편집자주 : IT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던 기존 교육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 일반 시민에게 실용영어를 배울 수 있고, 모르는 문제를 다수와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도 있게 됐다.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는 IT기술을 활용해 교육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그들의 희망과 목표를 들어보려 한다.

/사진=스마투스 제공
큰 포부를 안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두려움만 남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게 될 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 경제위기까지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비즈니스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36)는 진로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대학생활을 담담히 전했다. 전기공학부를 복수전공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던 그는 특별히 창업에 대한 생각도, 교육에 원대한 꿈을 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참고서 '누드교과서'의 개발로 그는 운명처럼 교육벤처창업가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과외를 하면서 처음 들여다보게 됐어요. 왜 힘들어하나 했는데 참고서를 보니 고등학생 참고서가 학생의 눈높이에 안 맞게 딱딱하게 쓰여 있더라고요."

그가 누드교과서를 통해 창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공학도로서의 패기가 크게 작용했다. 하루 종일 소비자로 사는 세상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사회의 공급자가 되고 싶었다는 것. 교육에 대한 진지한 철학 이전에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호기로운 도전의식이 앞섰다고.

"대학생 작가를 모집하려고 모교 중심으로 포스터를 엄청 붙였어요. 작가지망생부터 저희 취지에 동의한 학생들까지 많이 모였죠. 저희가 특별했던 것 중 하나는 초판에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 인세로 계약했다는 점이에요. 무명의 작가에겐 인세 계약이 쉽지 않거든요."

누드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책을 재밌게 쓸 수 있는 작가들을 섭외하는 방식을 취했다. 작가들을 과목별로 나누고, 그 안에서도 각자 자신 있는 파트를 분담했다. 기획 의도에 맞게 초벌 원고를 쓰고 반복된 피드백을 거친 끝에 완성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 완성될 때쯤 이투스 홈페이지를 통해 초벌 원고를 공개했어요. 저작권의 관점에서 보면 의아한 행동이지만 광고 효과는 대단했죠. 의도한 마케팅 전략은 아니었고, 대학생들이었으니까 그냥 한번 해보자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성공의 흐름은 우연한 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타게 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원고를 즐겨 찾던 많은 학생들이 책의 구입으로 이어지게 된 것. 누드교과서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도 누드컴퓨터, 누드전화기 등 내부가 비치는 전자제품이 유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다고. 하지만 성인물의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이 안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투스는 시대적인 흐름을 잘 타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차에 뜻이 맞는 선배들과 '셋넷학교'라는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게 됐죠. 그 때부터 좀 더 교육에 진지함이 생긴 것 같아요."

이투스 창업자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그에게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교육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 것. 그는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지식과 사고가 올라가고,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자기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모바일 교육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은 관심이 없었어요. 특별한 환상도 없고, 스마트폰은 단지 창의 확장일 뿐이라 생각했거든요. 제가 모바일 혁명에서 주목한 것은 SNS였어요."

김 대표는 전 세계의 최근 소식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SNS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트위터를 통해 6개월 동안 1000명 이상을 팔로잉하며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어떻게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일을 해보자'는 추상적인 방향만 갖고 비즈니스 영어교육 업체 스마투스를 만들게 됐다.

스마투스의 대표 서비스 '비네이티브 프로(BeNative Pro)'는 3M, GM,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등 미국 현지기업 임직원 100명 이상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즈니스영어 전문 학습 서비스다. 오피스, 호텔, 식당 등 해외 출장 혹은 여행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별 학습콘텐츠가 준비돼 있고, 언어 분석가들의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자주 나오는 표현이나 중요도 높은 표현을 모아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 영어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어요. 비즈니스 회화는 비즈니스맨에게 배워야 하는데, 미국 비즈니스맨들은 바빠서 영어를 가르쳐주기 힘들죠. 다른 영어교육 업체로부터 일반 회화는 배울 수 있지만 비즈니스 업무와 연관성이 적다는 게 문제에요."

일반인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시장은 과열된 추세지만 김 대표는 비즈니스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가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영어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비즈니스 영어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IT기술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계가 점프업(jump up)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기술은 만능이 아니고, 활용하는 거죠. IT기술이 전달할 수 없는 교사의 열정과 인간적인 소통이 교육 현장에서 분명 필요하거든요."

비네이티브 프로는 IT기술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교사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주도권이 교사가 아닌 학습자에게 있다는 구성주의 철학이 현대 교육의 트렌드라고 밝히면서도, IT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학생들을 집중하게 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 등은 교사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그런 점에서 김 대표는 교육에 지식전달의 효율성만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이 정형화된 지식을 주입하는 지식 교육의 경우엔 디지털로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 문제해결 방법이나 어린 아이의 경우 인성교육, 진로교육 같은 경우에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거든요. 인간과 기술이 같이 가야하는 상황에서 교육의 영역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