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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닫는 고등학생들…민주시민교육 '실종'

[선행학습? 적기교육!]⑥고등학교 1~3학년

편집자주 : 요즘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타고난 재능보다 얼마나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지, 얼마나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가 교육의 주류를 이루는 시대입니다. 선행학습 열풍은 아이들을 더 열심히, 더 많이 공부하도록 했지만 아이들의 생활은 정서적 공감, 꿈, 진로보다 성적, 등수, 입시, 사교육 등이 우선순위가 됐습니다.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는 뒤틀린 단추를 다시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선행학습? 적기교육!'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진정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고등학생은 사춘기였던 중학생에 비해 맥락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즉 논리적, 추론적 사고가 증가하지만 아직 건강한 성인처럼 통합적인 사고가 완전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충동적, 영웅적 사고가 남아 있는 시기다. 또 학생들이 이미 성인과 비슷한 신체적 발달 단계를 가지게 돼 실제 성인처럼 행동하는 데에도 중학생 시기에 비해 장애가 적은 편이다.

성적으로도 성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며 성충동의 해소 방법, 이성교제(데이트), 피임, 임신, 출산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한편으로는 동성끼리의 동질감도 강해 스포츠 등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입 영향으로 인내 또 인내…입을 닫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가 눈앞에 다가온 시기인 만큼 이로 인해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 불안감이 내면에 잠재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욱 웅상고 교사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고등학교에 온 학생들이 속에 있는 생각을 어른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분노와 좌절의 감정을 또래 집단들과 SNS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하고 싶은 일은 대학에 갈 때까지 미뤄야 한다는 뻔한 답을 듣게 될 것을 학생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겉으로 보기엔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안정적이고 철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들여다 보면 속이 곪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불안감은 취업이 어려운 현실과도 닿아 있다.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고등학생 시기에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강상훈 목천고 교사는 "교사와 부모가 좋은 대학에 가라고 조언해도 현실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더불어 진로를 너무 빨리 결정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로를 빨리 정해야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실제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예기간이 필요한데 요즘 아이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모든 욕구를 포기하고, 제어해야 하는 상황은 정서적인 불안감을 가중시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또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상황은 심각하다.

김지학 중흥고 보건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불안으로 시험 기간이 되면 두통, 복통, 설사, 변비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특히 고등학생 시기는 생물학적으로도 가성 우울(성장 시기 나타날 수 있는 우울감)이 있는 시기여서 사소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정서적 불안정을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입시를 위해 세상과 미래에 대한 많은 호기심, 탐색을 제한받으며, 여러 욕구들(특히 성 욕구)이 차단되고 억압당하게 된다"며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누리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시기적 특성과 결합해 히스테리, 불면증, 약물복용(흡연, 음주, 감기약 등), 음란물 탐닉 등으로 나타나며, 여학생의 경우 외모에 대한 강박,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하게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사회로 나갈 준비 필요하다

고등학생은 성인이 되기 직전의 시기인 만큼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잘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현실의 크고 작은 문제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 교사는 "예전 아이들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내몰려지면서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겪어야 할 정서적인 교감이 많이 생략돼 있다"며 "또 자녀를 하나, 둘 낳는 시대다 보니 자기감정만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옆에 친구들을 돌아봐줄 수 있는 것인데, 자기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공동체 안의 일원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신체적으로는 옛날보다 발달이 빠르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어리다"고 말했다.

임동숙 대전중구정신건강증진센터 아동청소년사업 담당자는 "내성적인 성격, 왕따 경험 등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요즘 학생들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부를 못해도 학교를 다녀야 하고, 규칙에 수긍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수업시간이 많아지고 공부양이 많아지다 보니 공부를 못 따라가고, 학교생활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하는 학생들이 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이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서로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민주시민교육'이 교육 현장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고교 시기는 의사소통 능력과 함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데 교육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이 교과서 속에서는 민주시민으로 기르는 것을 가르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잘 안된다"며 "학교 규칙을 정하는 시스템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등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수용하는 방법을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교사 및 보건교육 전문가들은 고등학생 시기에 올바른 성 지식 함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되기 전 건강한 성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공교육 기간 동안 입시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교육 없이 대학생이 될 경우 해방감에 여러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며 "건강한 사랑과 이성관, 피임법 등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 이사장은 "불안정하고 예민한 (이 시기의) 학생들이 성과 사랑에 대한 억눌린 고민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개인적·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바람직한 입장과 대처 방식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영욱 웅상고 교사, 강상훈 목천고 교사, 김지학 중흥고 보건교사,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임동숙 대전중구정신건강증진센터 아동청소년사업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