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적성

대안학교 가면 대안 없다?…"학교 나온 지금이 행복해요"

[서울은즐거운학교다]①공간민들레

공교육을 외면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매년 6만여명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했다. 6년 누적 집계로 36만명에 이르는 학교 밖 청소년 중 소재가 파악된 이는 8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28만명의 청소년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에게 새로운 배움터를 소개하고자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서울의 대안교육기관을 소개하는 '서울은 즐거운 학교다'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공교육과 비공교육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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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하차해 좁은 동선동 골목을 걷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신축 건물이 한 채 있다. 올초 개장한 '성북구 청소년 문화공유센터'가 그 주인공. 이 곳은 성북동 청소년이 모여 문화활동을 펼치는 곳이자, 개교한 지 15년이 된 대안교육기관의 대표주자 '공간민들레'가 지난 5월 새롭게 터를 빌려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공간민들레는 지난 2001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 '민들레'가 설립하고 운영해 온 교육기관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의 위탁 기관이기도 한 공간민들레는 13~18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등록해 자신이 원하는 배움을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현재는 10기 학생 16명을 학습회원으로 받아 가르치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해 9기 학생 중 어린 학생들이 연달아 등록한 이유로 특별히 16~19세 청소년으로 등록 나이를 제한했다.

이 곳에서 열리는 수업에 참관해보면, 공교육 시스템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지난달, 1학기 종강직전에 찾아간 센터 3층에서는 공간민들레의 '글로 만나는 나와 세계' 수업이 한창이었다. '글만세' 수업은 출판사에 뿌리를 둔 공간민들레가 오랫동안 진행해 온 강의다.

대여섯 명의 학생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수업을 진행하는 김유라 길잡이교사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칭대신 이름을 불러가며 자유롭게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이날 수업은 과거 수업의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였는데, 어느새 대화는 '나는 왜 글을 잘 쓰고 싶은가'에 대한 주제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라,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서예요. 다른 사람에게 잘 읽히는 것보단 제 개성이 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글이 글로서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이해한 문장만 글로 써요. 이 과정이 남을 이해시키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학생과 교사는 한 시간 가량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공간민들레가 개설한 강의는 이처럼 소수의 학생들이 함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다. 글쓰기 수업 외에도 역사로 세상보기 등 인문학 수업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다.(개설 강의는 해마다 바뀌므로 지원자는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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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는 공간민들레의 철학은 소모임 활동이나 프로젝트 수업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각 수업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간 활동 계획을 세워서 일정을 진행한다. 길잡이교사의 역할은 전 과정을 중간중간 점검하고 학생들이 필요한 자원을 마련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공간민들레 학습회원 원샛별(17)양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자'는 목표를 삼았다. 원양은 "올해 안에 일본 키노쿠니학교 등을 방문해 나처럼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을 만나보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 중 2 6월 초에 학교를 나왔어요.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경쟁을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어느 순간 친구들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지고, 학급엔 왕따가 생기고…. 이런 학교 생활에 지독한 회의를 느꼈죠. 하지만 저 역시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여전히 불안하죠. 대중이 사는 삶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올해 프로젝트 과제는, 용기있게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선 '또 다른 원샛별'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는 걸 주제로 택했죠."

공간민들레의 또 다른 특징은 1년 단위로 학습 과정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김유라 길잡이교사는 "대부분 대안교육기관은 3년제 이상이지만 공간민들레는 문턱을 낮춰서 이수 과정을 확 줄이고, 공간민들레에 적응하는 기간은 넉넉히 편성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간민들레 학습회원들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 2~3주간 여행을 떠난다. 김 교사는 "이 기간은 등·하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생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다"며 "여행은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일부 학생은 공간민들레 등록 결정을 취소하고 본인만의 학습 플랜을 짜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공간민들레에 입학하기 위한 특별한 지원 자격은 없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없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분들은 '대안학교 가면 대안이 없다'고들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전 제가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가 없어요. 학교를 그만두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니까요. 하지만 나중에 성인이 돼서 취업하고 돈 벌 나이가 됐을 때도 계속 대안적인 방법만 모색한다면, 그때도 당당할 수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주눅들거나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까봐 걱정도 돼요. 만약 학생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면 이런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거예요."(권정윤양, 18)

대안학교가 '특별한 공간'일 거라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공간민들레 이전에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를 다녔던 이민주(16)양은 "전에 몸 담았던 산속의 대안학교의 경우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많은 일이 불편했고 종교적 규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학교별 특성이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대안학교를 골라라"고 조언했다.

공간민들레는…
2001년 2월 비영리민간단체 민들레가 운영하는 학교. 격월간 '민들레'를 만드는 출판사가 공간의 모태다. 1999년 사회의 부조리함을 인식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민들레출판사를 찾고, 이들이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출판사에서 사랑방을 제공한 게 학교의 시작이됐다. 매년 2월 초에 학생을 모집하며 13~18세 학생이라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상근교사는 3~4명, 자원봉사인원은 10명 내외다. 학비는 월 28만원. 모든 교육과정은 '자기 길찾기'의 맥락에서 이뤄지며 지난해에는 △스스로 배운다(소모임 활동 및 자치활동) △서로 배운다(프로젝트, 커뮤니티 활동) △수업에서 배운다(수업활동) △일상에서 배운다(그룹미팅) 등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