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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현실 외면하는 '철부지'들의 사회

"우리는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고도의 경제성장 시기를 뒤로하고 한국과 일본은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 기존 산업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많은 젊은이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 이에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소위 '철부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서 '철부지 사회'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를 통해 사회 각 계층에서 철부지가 만들어지는 원인을 분석한다. 자립하지 못하는 젊은이,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 상사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회사원 등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의 밑바탕에는 '성장 거부' 심리가 깔려있다. 스스로 갖는 자기애적 이미지, 즉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만능감과 현실에서의 자기 모습 사이의 격차를 받아들이지 못해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참을성·저항력 부족 △책임 전가 경향 △의존증 등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 거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궁극적인 대안으로 저자는 대상상실(對象喪失)에 직면할 것을 권고한다. 대상상실은 정신 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을 가리킨다. 책에서는 미국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이론을 통해 대상상실에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로 구성된다. 죽음이라는 중대한 대상상실의 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독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대상상실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저자는 시험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아이나 업무상으로 큰 실수를 해 상사에게 질책을 받는 어른의 사례를 통해 그 대처법을 부연 설명한다. 처음엔 스스로의 잘못을 부정하거나 다른 이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만회할 기회를 기다리는 것으로 갈등은 해소된다.

이러한 과정이 단계에 따라 적절히 순환되지 못하면 부정의 단계에서 굳어버린 '은둔형 외톨이', 분노의 단계에서 머문 '남 탓하는 사람들', 우울의 단계를 회피한 '의존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직시하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점인 셈이다.

책의 겉면에 적힌 광고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아무도 성장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어른이 없는 나라', 내면의 성장이 없는 어른들로 이뤄진 도피 사회가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철부지 사회=가타다 다마미 저, 이마 펴냄, 24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