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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특별전형 논란, 성숙함이 아쉽습니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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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수밖에 없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0여명이 진도 인근 해상에서 사망·실종된 일, 일명 '세월호 참사'로 불리는 사건입니다. 다행히 172명은 현장에서 구조돼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때 살아남은 자, 특히 단원고 학생 80여명에 대한 얘기입니다.

올해 고3이 된 생존 학생들은 큰 아픔을 겪고 대입을 치렀습니다.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에 합격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들의 합격으로 다른 학생들이 떨어진 일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재학생이었던 88명만을 대상으로 실시된 '단원고 특별전형(정원외)'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지난 21일 머니투데이를 통해 이 소식이 보도되자 수험생 커뮤니티는 '특혜 논란'으로 들끓었습니다. 세월호 관련자 분들은 그 분들대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며 기사 삭제를 요청해 왔습니다.

수험생뿐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기사에 언급된 대학들의 재학생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입학생의 실력이 '자격미달'일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출신고로 인해 상처받는 학생이 없어야 된다"는 반박 글도 더러 올라왔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었지만, 씁쓸했습니다. 올해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대입 관문을 뚫었던 수험생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특별전형이 '정원 외'로 진행됐기 때문에 각자의 입시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다' 느꼈을 법도 합니다. 이 사회에 배려해야 할 학생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역대 대입 실적이 좋지 않았던 단원고 학생들이 왜 갑자기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건지 화가 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대입 관문을 통과한 대학생들마저 단원고 학생을 배척하는 것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이들의 태도는, 수험생의 대입 결과가 정량화 된 점수로 결정되고, 이것이 각 대학의 급을 정한다는, '한국적 엘리트의식'이 전제된 반응이었습니다. '사회적 배려대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는 반응들이었습니다.

물론 단원고 학생들이 특별전형 없이 이들 대학에 들어가기란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올해 단원고 특별전형을 운영한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봅니다.

"단원고 애들 성적표를 보면 그야말로 참담합니다. 등급이 2학년 때 이후로 확 떨어져요. 전교생 수가 줄었기 때문에 등급도 나빠지는 거죠. 이를테면 10명 중에선 1등을 해도 누적비율이 10%라, 3등급밖에 안 돼요. 이런 학교생활기록부로 어느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사회 전체가 배려해줘야 하는 거죠."

급우를 잃은 학생들의 심리적 외상 등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감성적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대학이 단원고 학생들을 '특별하게' 심사할 이유는 분명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대학의 기능은 학생 선발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 낼 인재를 키워내는 양성소이기도 합니다. 이를 생각하고, 각 대학 선·후배들은 구성원을 껴안을 줄 아는 관용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단원고 학생들 역시 우리 사회 따뜻한 배려의 증인으로서, 이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특별전형에 반대한 수험생들의 지적대로, 우리 세상에는 불행한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국가적 참사'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때문에 받은 충격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다른 수험생들의 불행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감히 당부컨대 단원고 학생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원망하기보다는, 관련 기사가 모두 사라지길 바라기보다는,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과 효용성의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또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해 주세요. 그래서 앞으로 '단원고' 명패를 내보이더라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을 갖고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