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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바가지 쓰고 개발한 영어 학습법…"미국 TV로 회화 배워요"

[교육, IT를 만나다]김병철 미티영 대표

편집자주 : IT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던 기존 교육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국 일반 시민에게 실용영어를 배울 수 있고, 모르는 문제를 다수와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도 있게 됐다.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는 IT기술을 활용해 교육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그들의 희망과 목표를 들어보려 한다.

김병철 미티영 대표./사진=김현정 기자

 

"2009년에 필리핀 세부 보홀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바가지를 썼어요. 섬에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타는데 짐을 옮겨주고 만원을 요구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는데 저희만 그 돈을 냈어요. 영어로 항의를 했는데, 그 사람들이 규정집이라고 하면서 두꺼운 문서를 들고 와 눈앞에 흔들어 대는데 별수 없잖아요. 너무 화가 났죠."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병철 미티영 대표(34)가 꺼내놓은 사연은 이랬다. 여행에서 바가지를 쓰고 분개해 한국에 돌아와 '전화영어'를 시작했지만, 1년을 꾸준히 공부해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는 것. 중·고교를 지나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무려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지만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결국 김 대표는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영어 학습법을 직접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회사를 출·퇴근하며 틈틈이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4년 동안 매진한 결과, '미국TV로 배우는 영어회화(이하 미티영)'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현재의 미티영은 2명이 합류해 3인 기업이 됐지만 법인 설립 당시에는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재취업과 창업의 기로에서 1인 기업의 대표가 되기까지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4년 6개월, 교육 스타트업에서 2년 6개월간 근무하며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영어교과서와 문제집을 풀면서 당시 선생님이 지문을 다 외워서 시험을 보게 했어요. 지문과 해석을 통으로 외워서 A4용지 하나 주고, 영어로 다시 쓰게 했는데, 제가 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각각이 어떻게 해석되는 지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해석을 다 한 상태에서 무조건 외워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어요."

미티영의 초기버전은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영어와 그 해석을 함께 암기하니 적어도 그 문장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한글 해석을 확인하고 영어 문장을 숙지하는 방식으로 처음 개발한 후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발음과 영상 콘텐츠를 추가했다.

미티영은 미국 TV방송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 토크쇼 등의 영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듣기, 읽기, 쓰기를 학습할 수 있다. 학습은 짧은 영상을 시청하며 한국어 자막으로 의미를 파악한 후, 발음과 함께 영어 대사를 한줄 씩 익히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학습이 끝나면 다시 영상을 시청했을 때 자막이 없어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미국 토크쇼를 보면서 그 사람들의 문화 코드를 이해해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우리가 보기에 의미 없는 농담을 미국인들은 좋아하는데, 그런 유머의 배경 등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죠."

이들의 서비스는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미티영이 영어 회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단임을 입증한다고. 아울러 현지의 문화도 함께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안드로이드에서 35만, 아이폰에서 3만번의 다운로드가 이뤄졌으며, 하루 이용자 수는 4500~5000여명에 달한다.

"한국의 영어회화 교육은 공항, 우체국, 카페 등 30~40가지 정도의 상황별로 어떤 대화가 이뤄지는 지 정형화해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현지에서 우리가 부딪혀야 되는 상황들은 이것보다 훨씬 다양해요. 모든 일상의 대화는 대본도 없고, 심지어 욕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대화를 접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는 거죠."

김 대표는 미티영과 다른 영어회화 교육 서비스의 차별점에 대해 현지 원어민들의 대화를 충분히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지의 일상적인 대화에 쓰이는 문장들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기존의 교육으로는 그런 문장들을 들었을 때 해석이 어렵다고. 현지에 나가 여행을 하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등 쉽고 빠르게 일상 영어를 배우는 학습으로 적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회화를 배우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데, 정작 한국에서 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회화를 반드시 유창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토익은 만점을 받으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토익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영어 교육시장에서 토익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을 역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익점수가 만점이라고 해서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의 전 분야를 다 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 그런 점에서 영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 시스템을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미티영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어는 결국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의 4가지를 교육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책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건 읽기와 쓰기 정도에요. 그런데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기와 말하기거든요."

김 대표는 영어 교육에 있어서 책은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영어는 눈으로 보고, 발음을 들으며 자신의 발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에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가 학습에 유리하다는 것. 디지털기기의 학습 효율이 입증되면 책은 빠르게 도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미티영을 통해 새로운 '언어 교육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다는 비전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학습하는 순서를 보면 먼저 학원에서 문법과 회화를 배운 후,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 국가로 유학을 가죠. 그 곳에서 어느 정도 학습을 마친 후 호주나 미국 등에서 공부하면 듣기와 말하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돼요. 미티영을 통해 유학을 가지 않아도 듣기 만큼은 한국에서 충분히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