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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육장관·교육감協, 한 박자 늦은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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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논의했고 구체적인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으나 향후 긴밀하게 공동 노력하겠다."



지난 18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간담회가 끝난 직후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이 기자단 앞에서 밝힌 회견문 전문(全文)은 '단 한 문장'이었다. 이후 이 대변인은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단상에서 곧바로 내려왔다.



'보육대란'을 목전에 두고 누리과정 지원금이 일부라도 추가 편성될 것으로 점쳤던 취재진은 허탈감에 실소를 터뜨렸다. 이준식 부총리가 인사 청문회 때부터 "교육감들과 만나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겠다"고 공언했던만큼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준식 부총리는 취임 첫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는 대신 교육부 세종청사 주변의 중학교, 일·학습 병행제 운영기관, 도제교육 참여 기업 등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감과의 대화 전에도 사전 교감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직전 기자와 통화한 장휘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지난 13일 취임한 이준식 부총리와 직접 통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윗선의 불통뿐 아니라 실무자 간의 '눈치 싸움'도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교육부는 일부 교육청에 "누리예산 추경 계획을 다시 세워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미 "추경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교육청과 대안을 논의하는 대신 재압박을 가한 것이다.



앞으로도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당장 21일 이준식 부총리가 시·도교육감협의회 정례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추가 논의 기대가 있었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부총리는 일정상 인사말만 하고 가실 예정"이라며 "18일 열렸던 간담회처럼 누리과정 문제를 두고 직접 머리를 맞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두 주체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놓을 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누리 예산 몫으로 확보해 둔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선지출하고, 교육청은 내부유보금 등을 활용해 예산 일부를 편성할 수 있다.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단기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감이 서로 배수의 진을 치며 예산 지출을 미루는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이달 말부터 '보육 대란'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일부 사립유치원은 교사 월급 지급에 문제가 생겼다.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원생들의 식비를 충당했던 공립유치원 역시 무료 간식·식사 제공이 힘들게 됐다.



이 같은 현장 혼란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이 등록금 문제를 걱정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육부와 교육감은 '예산' 몇 푼보다 더욱 큰 자산인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