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적성

"채용하는데 가족사항을 왜 봅니까?"

[모인이 주목하는 대학&기업]③한국동서발전

편집자주 : 모두다인재는 '진로-진학-취업의 연계'를 지향합니다. 대학은 학생을 뽑을 때 수능 점수 못지않게 소질과 적성을 살펴봐야 하고, 기업도 사원을 뽑을 때 스펙 못지않게 진로성숙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선도적으로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대학과 기업을 발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점수나 스펙이 아닌, 적성과 재능이 중시되는 사회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픈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우스갯소리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돌아다니는 말이 있다.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볼 때, 채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모님에 대한 인적사항을 묻는다는 것. 영화 '친구'에서 나온 대사처럼 입사지원자에게 도대체 왜 부모님의 인적사항을 묻는 걸까.

한국동서발전 인사팀 조한규 차장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뒷배'를 보고 뽑는 것이 아니잖습니까"라며 지원자 이외의 인적사항 미기재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동서발전의 이력서에는 가족사항 등의 인적사항이 전혀 기재되지 않는다.


/사진제공=한국동서발전

한국동서발전(대표 김용진)은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가 1961년 한국전력으로 통합된 후, 1982년 한국전력공사를 거쳐 2001년 발전, 송전, 배전 중 발전부문으로 분리돼 나온 기업이다. 사업소로는 당진화력, 신당진건설, 울산화력, 호남화력, 동해바이오화력, 일산화력 등이 있다.

동서발전의 인재상은 △미래성장을 주도하는 도전적인 변화인재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전문인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협력적 조직인재다. 경영이념은 'We make energy for happiness'이다. 최고 품질의 친환경 에너지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싸고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부터 능력중심으로 채용하는 NCS 기반의 채용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동서발전의 입사지원서를 보면 단촐하기 그지없다. 인적사항에는 △신입/경력 구분 △지원분야 △성명 △생년월일 △현주소 △연락처(이메일 주소) 등이 전부다. 성별도 가족사항도 빠져 있다.

보통 대학을 기입하는 교육사항에는 대학 대신 흥미로운 문항이 있다. 일견, 설문조사를 받는 느낌이다.


화학 일반 분야 지원서의 경우, '환경화학/화학공학 관련 학교교육 과목을 이수한 경험이 있습니까'에 '예', '아니오'를 체크하도록 구성돼 있다. 일반 기업에서 대학과 학과, 학점을 기입하게 하는 것과는 달리 학교 정보의 기입 자체가 없는 것. 이른바 '인 서울(in Seoul)'이나 '지방대'에 대한 평가 자체가 들어갈 여지도 없다.

자격증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나 가점이 없으며 단지 참고사항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학점란도 없앴다. 조 차장은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학점으로 검증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며 "서류전형은 그저 기본 사항만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전형시 배수 관리도 하지 않는다. 동서발전의 채용은 사실상 서류전형이 아닌, 필기부터 시작된다.

채용과정은 매 채용마다 달라질 수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는 4단계로 진행됐다. △1차필기전형(전공+한국사) △2차 필기전형(인성검사, NCS직업기초능력검사) △1차 면접 △2차 면접 순이다. 각 단계마다 배수로 지원자를 뽑고 선정된 지원자가 다음의 단계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동서발전은 최근 발표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30개 공기업 채용과정 실태 조사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사진제공=한국동서발전


능력중심으로 채용하는 회사답게 고졸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반전형 외 40명을 추가로 뽑았다. 물론 고졸특별전형도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2013년 상반기 고졸특별전형으로 동서발전에 입사한 울산화력본부 김민수 사원(20)은 마이스터고 출신으로 동서발전에 들어왔다. 김 씨는 "마이스터고에서의 학업 자체가 동서발전에 입사하기 위한 과정이라 학교를 다니면서 약 1년 정도 준비했다"며 "3학년 2학기부터 인턴생활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설명했다.

1995년생인 김 씨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서 나이가 어린 편이지만 크게 차이를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고졸채용이 활성화 돼 있는 동서발전이기에 고졸특별채용은 이미 익숙해진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김 씨는 "나이가 어리지만 연수가 차면 대졸과 똑같이 대우를 해준다"며 "나이 많은 후임이 들어올 경우 느끼는 것은 사실 약간의 '어색함'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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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에게 입사지원시 조언을 들어봤다. 조 차장은 "자기소개서나 면접에 있어서 너무 꾸미려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여러 단계로 면접을 거치는 만큼 과장되고 왜곡된 요소는 쉽게 잡아낸다"고 말했다. 질문했을 때 어설프면 큰 감점 사유가 된다는 것.

또한, 동서발전은 채용에 있어서 직무능력과 커뮤니티 능력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조 차장은 "채용 기준의 기본이 직무능력이며 여러 사람과 공동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격적으로도 조직과 잘 융합이 됐으면 한다"고 인사담당자로서의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