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

"한국적 사교육, 변화가 필요한 시점"

[머투초대석]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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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생에게 미·적분 가르쳐야 한다고 광고하는 학원은 역사의 죄인이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 뽑을 생각만 하지 가르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55)의 입에서 독설이 쏟아졌다. 사교육 일선 현장에서 물러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사교육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그다. 손 회장이 2000년 만든 메가스터디는 인터넷 강의를 기반으로 한 교육업체로서 여전히 국내 고교입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교육 업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월 교육부가 개최한 자유학기제 학부모 콘서트에 참석해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언했다.

어디까지가 그의 진심일까. 그와 마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내가 강의로 돈을 번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며 늘 이에 대해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자산 300억원을 쏟아부은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자유학기제 콘서트에 참석하셨습니다.
▶자유학기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나는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하는 중·고등학교의 교육시스템이 상당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학 진학은 한때 한국에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고도성장기의 특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는 대학 진학의 효용성이 예전에 비해 훨씬 떨어졌습니다. 사회가 변하면 중·고교의 교육도 바뀌어야 합니다. 획일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은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자유학기제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언젠가 정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 마케팅을 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현행 대입제도가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수시 정원이 늘어나면서 한번 꼬꾸라진 학생들이 재도전 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들은 '중 1·2 때 아이의 대학이 결정된다'고 광고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그럴 듯 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험 안 본다고 여유가 생긴 중학생한테 미·적분을 가르치는 건 미친 짓입니다. 그 미친 짓을 서슴지않고 감행하는 학원은 '역사의 죄인'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들이 심각한 중죄를 받을 인물들은 아닙니다. 결국 같이 떠내려가는 배 안에서 마지막으로 애 쓰는 거니까요.

-학부모는 사회의 변화가 두려울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자녀의 진로 계획을 세울 때 전제로 하는 것이 과거의 경험입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인생 성공 방정식이 단순했습니다. 기회가 많이 열려있었고 대학 잘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하기만 하면 중산층에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벌써 10년, 20년 전 얘기입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부모가 보수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자녀에게 이식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시나요.
▶'생산'의 개념이 바뀔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생산직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실업자를 잉여인간으로 둘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분명히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넘어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겁니다. 우리는 아직 그것이 뭔지 정확히 모를뿐입니다. 단적으로 농경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이 산업사회의 다양한 직업을 보면 이해가 안될 것 아닌가요.
잘 노는 사람이 더 많이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10여년 전 라디오 생방송에서 슈퍼주니어의 신동이란 친구를 만난 적 있습니다. 신동은 당당하게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강의를 듣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친구가 몇년 후 한류 열풍을 이끌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서있게 될 줄 나도 몰랐습니다.(웃음)

-그렇다면 사교육은 어떻게 변할까요.
▶한국적 특수성이 있는 대입 중심의 사교육은 약화될 겁니다. 강남 3구, 평촌·안양·일산 등 5대 신도시, 대구 수성구나 부산 해운대구 등을 제외한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사교육 열풍이 이미 사그라 들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기자식을 잘 교육시키려는 본능적 욕구는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를 위한 보편적 사교육으로 회귀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 사교육 시장의 정체 및 감소는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현행 입시가 학력고사같이 단순한 입시였으면 엄청나게 사교육 수요가 감소했을 것입니다. 물론 금방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수시원서를 6번이나 쓰고 제도가 복잡해지니까 학원이 잘 됩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현행 대입 제도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습니다. 손 회장은 "지금의 입시가 가진 계층에 유리하게 바뀌었으며 사회적 배려계층을 소외시킨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대학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개선방안을 제안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나치게 대학 편의적인 입시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대학입시라는 건가요.
▶수시모집 정원이 과도하게 늘어난 게 계층 고착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특목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못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수시가 늘어나면서 외고 출신 입학생이 확 늘어났습니다. 결국은 입시 제도가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고 가진 계층에 유리해 진 셈입니다. 대학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 관계자를 만나면 전혀 다른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한번은 모 대학 입학처장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상승한 비결을 물었더니 '특목고 출신 등 좋은 학생을 뽑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다시 '성적은 좀 떨어져도 가능성 있는 학생을 뽑아서 좋은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전형만 바꾸면 1~2년만에 대학 레벨이 올라가는데 굳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하더라요.

-대학이 대학 입장만 생각한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대학 편의주의적인 제도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행 입시제도에선 수시에 붙은 학생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 메가스터디 학생 중에도 이 때문에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A군은 모 대학 논술전형에 추가합격했지만 학교가 이를 온라인으로만 공지해 자신이 합격한 줄 모르고 정시에 원서를 냈습니다. 정시에서는 수시 합격으로 인해 떨어졌습니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도 포기해야 하는 건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할만한 일 아닌가요.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입시로보면 일종의 계층할당제가 필요합니다. 지역균형선발제도를 예로 들어봅시다. '지역균형선발'이라는 단어에는 현재 사회구조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기회균형적 성격이 내포돼 있는데, 현 대입 제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제도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각 학교 전교 1,2등입니다. 제일 잘난 학생 뽑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소득 10분위 중 하위 2~3개 계층 인원을 할당해 선발하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해왔습니다. 또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꼭 맞는 학생을 직접 스카웃해서 입시가 성적 순이 아니라는 것을 본보기로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허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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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인터뷰는 자리를 옮겨 식사 중에도 계속됐다. 긴장감이 풀어졌고 개인적인 화제를 털어놓으며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손 대표는 성악가를 꿈꾸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전에 없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교육계 종사자로서 갖고 있는 부채의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공익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들, 창업가들을 돕고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교육에 회의적인 것 같습니다.
▶나를 비롯해 사교육에 뛰어든 강사들은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 운 좋게, 쉽게 돈 번 겁니다. 제가 처음 사교육에 발을 들인 것은 강남 부잣집 애들만 가르치는 소수정예 과외였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나 사회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습니다. 모은 돈을 가지고 학교를 세우려고 했는데 '젊은 놈이 돈 벌어 명예를 사려는 것' 같아 다시 사교육계로 돌아왔습니다. 단, 소수만을 위한 강의가 아닌 학원 강사로서 대중강의에 도전했습니다.
처음에는 10개 반을 개강했는데 7개 반엔 아무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고 3개 반에 8명만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랬던 수강생이 5개월만에 10개 반 100명씩, 20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되니 또 사회윤리적 문제가 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교육 때문에 대치동 집값이 올랐습니다. 내가 사교육의 지역적 불평등을 만든 장본인이 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메가스터디를 만들었나요.
▶그렇습니다. 메가스터디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온라인교육사업에서 성공한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자부심이 없습니다. 온라인 강의가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을 만나면서 왜곡됐습니다. 대학이 허물어지고 지역간 교육격차가 줄어드는 순기능보다는 강사 경쟁,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는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중강의를 시작하기 전, 36살 때 했던 고민으로 돌아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에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을 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 기여라면 메가스터디의 목표달성 장학금 제도도 있습니다.
▶그것은 메가스터디 기업이 하는 것이고, 나는 따로 사재 300억원을 털어 공익재단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전담하기 위한 직원을 계열사에 채용했으며 내년 2월 말쯤에는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익재단은 한국에 없는 새로운 직업으로 창업하는 젊은이를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힘들게 공부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도울 것입니다.

-창업자를 지원하는 이유는.
▶저는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직업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본다. 2004년 미국 출장을 갔을 때 네일아트샵을 봤는데 네일아트가 2년 뒤 한국에서 들어왔습니다. 이후 네일아트 자격증을 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찾아봤는데 총 8만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 25% 정도가 자격증을 활용해 일한다고 하면, 미용사 등 관련 직업을 병행하는 인원 외에 순수하게 네일아티스트로만 일하는 사람이 1만명 정도는 될 겁니다. 이들의 수입이 늘면 의식주 관련 내수 소비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로 인한 파생직업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직업 창출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뭘할까 고민을 하는데 저도 보수화돼서 그런지 고민의 속도도 느리고 진척이 잘 안 됩니다. 분명한 건, 새롭게 도전한다면 그 분야는 마찬가지로 비즈니스가 될 것입니다. 간혹 정치권에도 관심있느냐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 아닙니다. 저는 사교육의 지역적 불평등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한국사회에 죄를 지은 게 많아서 공적인 일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웃음)

◇손주은 회장은…
대한민국의 학원인·기업인. 1988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강남의 학원에서 사회탐구 강사로 명성을 얻은 뒤 2000년 7월, 자본금 3억원으로 메가스터디를 설립하였다. 메가스터디는 2004년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로 2015년도 연결 매출액은 249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