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생교육

교육부, 대학엔 "인문학 축소" 주문해놓고…밖에선 인문학 부흥?

대학가 '엇박자 정책' 비판…전문가들 "인문학 대학원에 집중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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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최근 시행령 입법예고에 들어간 인문학 진흥법(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을 놓고 대학가에선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산업연계활성화선도대학)' 여파로 대학에서 인문학 입지가 더욱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인문학 대중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시행령은 교육부·문체부 차관급을 필두로 인문학진흥심의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심의회는 향후 인문학 진흥 관련 정책이나 제도, 사업을 심의하게 된다. 또 5년 이상에 걸친 인문학 중장기 발전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인문학 수요가 증가하는데 발맞춰 인문학 전문가도 양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인문학 전공자를 양성해야 할 대학에서는 오히려 인문학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정원은 2600명 이상 감소했다. 탈락 대학까지 포함하면 5000명~8000명 이상의 정원 감축이 예상된다.

인문학 정원 감축은 연구 인프라와 교수진 축소를 의미한다. 대학이 인문학 연구자를 키울 수 있는 산실이 돼야 하는데 , 인문대학 규모를 줄이고 지원은 축소하면서 인문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문학 진흥'과 '대학 내 인문학 입지 축소'라는 두 영역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인문학 공부를 놓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많다. 장학금이 일부 나오는 정도로는 인문학자를 키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인문학을 부흥시키려면 그 출발점은 대학이 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심도있는 연구와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인문 대학원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 고려대 문과대학장도 "인문학진흥법은 프라임사업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방안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은 축소시켜놓고 밖에서 인문학을 부흥하겠다고 하는 것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