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고

"터널 수준 미세먼지인데…" 현장학습 강행하는 학교

교육청엔 관련 민원 쇄도하지만… "학사 일정 고려하면 마냥 실외수업 취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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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A초등학교는 지난 26일 청계천 인근으로 현장답사에 나섰다. 이날 환경부가 밝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06㎍/㎥. 자동차 터널 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어린이, 노인 등 호흡기 질환 민감군부터 일반인까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제한하는 날이었다. A학교 관계자는 "현장답사는 오래 전부터 학사일정 상에 계획된 날이어서 설사 학부모 항의가 있더라도 진행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높은 날이 잦아지면서 학교의 실외활동을 걱정하는 학부모, 교사가 늘고있다. 교육당국은 매뉴얼을 배포하고 미세먼지가 짙은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학교가 학기 초나 시험기간을 피해 주로 4~5월에 현장학습을 진행하다보니 실외 활동을 금지시켜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

자신이 학부모라며 회원 300만명이 가입된 한 카페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미세먼지가 병적으로 신경쓰여서 어제는 아이를 학교에 늦게 보냈고 오늘은 아예 안 보냈다"며 "유난스럽다고 욕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혹여나 동조하는 분이 있다면 함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체험이나 체육 수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실외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이어지면서 교실 환기 및 실외활동 금지부터 휴업까지 고려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콜센터와 본청, 지역교육청으로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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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에 관한 매뉴얼을 시·도교육청에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생하면 실외수업을 금지하도록 돼 있으며 경보가 내려지면 휴교나 단축수업을 검토하도록 했다.

하지만 매뉴얼은 매뉴얼일뿐, 대부분 학교에서는 정해진 일정대로 현장학습이나 체육수업을 진행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횟수는 지역별로 203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미세먼지 때문에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시행한 사례가 교육부에 보고된 바는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요즘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마다 실외활동을 하지 않았다간 연습 한번 못하고 체육과목 실기시험을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현장학습도 대부분 사전 예약 및 유료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고려할 때 관련 휴업이나 단축수업에 대한 기준이 법적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장, 교감들은 학부모 민원이 있어도 학사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게 대부분이며 밖에서 뛰어놀길 좋아하는 애들을 마냥 교실에 가둬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교육당국에서 법적으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실외활동 사항 기준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